데이텀이 점·축·평면과 같은 수학적으로 완벽한 이론적 요소라는 것은 앞에서 살펴봤다. 그런데 이론적 요소라는 말만으로는 데이텀이 실제로 무슨 일을 하는지 감이 오지 않는다. 이번 글에서는 데이텀이 기하공차 체계 안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한 문장으로 먼저 말하면, 데이텀은 공차영역의 위치와 자세를 잡아주는 기준이다. 도면에서 어떤 피쳐를 기하공차로 통제할 때, 그 공차영역이 공간 안 어디에 어떤 자세로 있어야 하는지를 정해주는 것이 데이텀이다.
데이텀이 없으면 공차영역은 떠돈다
기하공차를 정의하면 공차영역이 만들어진다. 원통형일 수도 있고, 평행한 두 평면 사이의 공간일 수도 있다. 그런데 데이텀이 없으면 공차영역은 고정되지 않는다. 위치도 고정되지 않고, 자세도 고정되지 않는다. 어느 방향이든 얼마든지 움직일 수 있는 상태다. 이 상태에서는 피쳐가 공차영역 안에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할 수 없다.
데이텀이 있으면 공차영역은 비로소 공간 안에 자리를 잡는다. 데이텀이 공차영역의 움직임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데이텀의 첫 번째 역할이다. 공차영역을 붙잡아 두는 것.
데이텀이 하는 일 — 자유도 제한
공간 안에서의 움직임은 자유도로 표현한다. 3차원 공간에서 물체는 6자유도를 가진다. 축을 따라 이동하는 병진자유도 3개(x, y, z)와 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회전자유도 3개(u, v, w)다. 3차원 공간에서 공차영역은 6개 방향으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즉, 6자유도가 모두 허용된다.
데이텀이 있으면, 이 자유도 중 일부가 제한된다. 어떤 종류의 데이텀이 사용되느냐에 따라 제한되는 자유도의 종류와 수가 달라진다. 데이텀 평면은 병진자유도 1개와 회전자유도 2개를 제한하고, 데이텀 축은 병진자유도 2개와 회전자유도 2개를 제한하며, 데이텀 점은 병진자유도 3개를 제한한다. 자유도가 제한된 만큼 공차영역의 자유도가 줄어들고, 피쳐를 통제하는 기준이 생긴다. 각 데이텀이 어떤 자유도를 어떻게 제한하는지는 이후에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데이텀은 어디서 오는가 — 데이텀 피쳐와 TGC
데이텀은 이론적 요소다. 점·축·평면은 수학적으로 완벽하다. 그러나 실제 파트는 항상 어느 정도의 제작 편차를 갖는다. 완벽하지 않은 실제 파트의 서피스로부터 완벽한 이론적 요소를 직접 뽑아낼 수는 없다.
그래서 중간 단계가 필요하다. 실제 서피스를 데이텀 피쳐로 지정하고, 그 데이텀 피쳐에 이론적으로 완벽한 형상을 데이텀으로 도출한다. 이때 접촉하는 이론적으로 완벽한 경계를 TGC라고 한다. 예를 들어 원통 외경면이 데이텀 피쳐로 지정되면, 이론적으로 완벽한 원통면인 TGC가 그 표면에 접촉하고, TGC의 중심축이 데이텀 축으로 도출된다. 데이텀 피쳐의 서피스 형상에 따라 TGC의 형태가 결정되고, TGC의 형태에 따라 도출되는 데이텀의 종류가 결정된다. 이 흐름은 이후에 자세히 다룬다.
데이텀이 만드는 공간 — DRF
데이텀이 도출되면 이들이 조합되어 DRF(데이텀 기준 프레임)가 구축된다. DRF는 서로 수직하는 세 개의 평면으로 이루어진 좌표계다. 공차영역은 이 DRF 공간 안에 놓이고, DRF가 공차영역의 위치와 자세의 기준이 된다. 데이텀이 자유도를 제한할수록 DRF 공간이 더 단단하게 구축되고, 공차영역의 위치와 자세도 더 명확하게 정해진다.
결국 데이텀의 역할은 하나로 귀결된다. 실제 파트의 서피스로부터 이론적 기준을 끌어내고, 그 기준으로 공차영역의 자유도를 제한하여, 피쳐의 위치와 자세가 올바른지 판단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마치며
데이텀은 공차영역을 공간 안에 붙잡아 두는 기준이다. 데이텀이 있으면 공차영역의 자유도가 제한되고, DRF라는 기준 공간이 만들어진다. 이 일련의 흐름은 실제 파트의 서피스인 데이텀 피쳐에서 출발하여, TGC를 거쳐 데이텀으로 이어진다. 앞으로 이 흐름의 각 단계를 하나씩 들여다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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