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하공차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무엇을 통제하는가'를 알아야 한다. 기하공차는 부품의 형상을 통제하는 도구이지만, 막연히 '형상'이라고 하면 너무 추상적이다.
실제로 기하공차가 통제하는 대상은 명확히 정해져 있다. 바로 '피쳐(Feature)'다. 그런데 피쳐를 이해하려면 먼저 '서피스(Surface)'가 무엇인지 알아야 하고, 나아가 서피스 피쳐와 사이즈 피쳐의 차이까지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글에서는 기하공차의 가장 기본이 되는 이 개념들을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단순히 용어의 정의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왜 이렇게 구분해야 하는지, 실무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까지 함께 살펴보자.
서피스란 무엇인가?
서피스는 부품의 물리적인 표면을 말한다. 부품을 만들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외형이 바로 서피스다.
서피스의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부품이 존재하는 한 항상 존재한다.
- 설계자가 따로 지정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생긴다.
- 부품을 만들기 전, 검사하기 전에도 이미 존재한다.
- 단순히 "있는" 것일 뿐 아직 의미가 부여되지 않았다.
위 부품의 서피스는 모두 12개이다. 하지만 서피스만 가지고서는 이 부품이 어떻게 쓰이는지 설명할 수 없다. 만약 설명한다고 해도 경험에 따라 예상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부품에 구멍이 6개 뚫려 있다고 해보자. 이 구멍들은 서피스로 존재하지만, 단순히 보기만으로는 이 구멍들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알 수 없다. 단순히 무게를 줄이기 위한 구멍일 수도 있고, 다른 부품과 조립하기 위한 구멍일 수도 있다.
피쳐란 무엇인가?
피쳐는 서피스에 의미와 목적이 부여된 것이다. 서피스가 단순히 "존재"하는 것이라면, 피쳐는 그 서피스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를 나타낸다.
서피스와 피쳐의 차이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 비교해보자:
- 서피스는 표상이고, 피쳐는 의미다.
- 서피스는 형상이고, 피쳐는 기능이다.
- 서피스는 껍데기이고, 피쳐는 역할이다.
- 서피스는 눈에 보이는 외형이고, 피쳐는 의도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의자를 통한 이해
의자를 예로 들어 설명해보자. 의자를 만들면 의자의 외형(서피스)은 자연스럽게 생긴다. 하지만 그 의자가 실제로 앉을 수 있는 의자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만약 의자의 앉는 면이 지면에 수직으로 되어 있다면 어떨까? 외형상으로는 서피스는 존재하지만, 실제로는 앉을 수 없는 의자가 된다. 따라서 서피스가 존재하는 것과 원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기하공차와 피쳐의 관계
기하공차는 바로 이러한 피쳐를 통제한다. FCF(Feature Control Frame)는 해당 서피스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으며,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어떻게 통제되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이 부분은 다른 부품과 맞닿는 서피스다"
"이 부분은 나사가 조립되는 구멍이다"
이러한 의미가 기하공차로 표현되면, 서피스는 비로소 피쳐가 된다. 기하공차는 그 피쳐가 의도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형태적 요건을 제시한다. 기하공차 도면을 볼 때 FCF부터 시작한다고 했다.
이 FCF이 서피스의 의미를 표현한 것이다. FCF는 해당 피쳐를 어떻게 통제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여기서 읽어내야할 가장 중요한 정보는 어떤 이유로, 어떤 목적으로 피쳐를 그렇게 통제하는가이다. 서피스의 의미를 FCF에 표현했고, FCF에 있는 정보는 결과다. "이 서피스가 어떤 목적을 위해, 어떤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이렇게 통제해야 한다"라고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다. 해당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명시된 공차가 유일한 방법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가능한 방법 중 하나를 FCF에 나타낸 것이다.
피쳐를 기준이 되는 피쳐로 정하고 싶다면, 데이텀 피쳐 심볼을 사용하여 데이텀 피쳐로 명시한다. 이는 해당 피쳐는 기준의 의미가 있음을 나타낸다.
만약 서피스에 아무런 역할이 없다면 통제할 필요가 있을까? 역할이 없다면 통제할 필요도 없고, 통제할 방법도 없다. 하지만 실제로는 모든 형상이 어떤 이유 때문에 존재하므로, 그 존재 이유를 기하공차로 소통하는 것이다.
용어 사용의 현실
사실 이렇게 엄밀하게 피쳐와 서피스를 구분하지 않더라도 의사소통에는 무리가 없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미 마음속에서 그렇게 구분하여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간혹 구분하지 못하고 사용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듣는 사람은 문맥상 알아서 구분하여 이해할 것이다. 따라서 단순한 의사소통 차원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잘 구분하여 사용하면, 의사소통은 더 나아질 수 있다.
심지어 필자도 피쳐와 서피스를 항상 엄밀하게 구분하여 사용하지 않는다. 엄밀하게 “서피스 피쳐”라고 말해야 할 때 단순히 “서피스”라고 말하기도 한다. 서피스의 기하공차를 설명하는 상황이라면 이미 해당 서피스가 피쳐로서 다뤄지고 있다는 것이 명확하기 때문에 “서피스 피쳐” 대신에 “서피스”라고 간단히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용어의 모호한 사용은 이해를 가로 막는다. 용어를 모하하게 사용하면 용어뿐만 아니라 체계 자체가 불분명해지는 결과를 낳는다. 따라서 전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전체를 구성하는 단위인 용어를 분명히 이해하고 정확하게 사용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그렇다고 해도 모두가 완벽하게 정확한 용어를 사용할 때만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명확하게 아는 사람과 모호하게 아는 사람은 늘 공존할 수 밖에 없다. 모든 사람들을 동일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누군가 더 명확하게 알고, 더 정확하게 용어를 사용한다면, 상대적으로 모호하게 알고 부정확하게 사용하던 사람들도 점점 더 명확하게 알고 점점 더 정확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제 전체적인 의사소통 수준이 향상될 수 있다.
이해의 과정과 경험의 중요성
의사소통은 "이것은 이것이다."라는 선언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진정한 의사소통은 "이것은 이것이다"라는 경험이 누적되어야 가능해진다.
여기서 아무리 “서피스”와 “피쳐”의 차이를 설명한다고 해도, 실제로 서피스와 피쳐를 구분하는 경험이 없다면 글을 읽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깊이 있는 이해는 어려울 수 있다. 부품의 형상을 눈으로 보는 것은 쉽지만, 그 부품이 가진 진정한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어렵다.
구분이 필요한 이유
그렇다면 왜 “서피스”와 “피쳐”를 이렇게 엄격해서 구분해서 이해해야 할까? 그 이유는 서피스가 상황에 따라 서피스 피쳐가 될 수도 있고 사이즈 피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하공차는 서피스를 통제하는 경우와 사이즈 피쳐를 통제하는 경우에 따라 통제하는 요소와 방법이 달라진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한 이론적 구분이 아니라 실제 설계와 제조, 검사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실무적 구분이다. 이러한 중요성 때문에 “서피스”와 “피쳐”의 개념을 구분하여 설명한 것이다.
요약
서피스와 피쳐의 관계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서피스는 존재이고, 피쳐는 의미"다. 부품을 만들면 서피스는 자연스럽게 생기지만, 그 서피스가 어떤 기능을 해야 하는지는 따로 정의해야 한다. 기하공차는 바로 이런 의미가 부여된 피쳐를 통제하는 도구다. 따라서 기하공차를 이해하려면 먼저 피쳐가 무엇인지 명확히 알아야 한다.
이제 기하공차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서피스 피쳐”와 “사이즈 피쳐”의 차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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