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 설계를 하다 보면 항상 마주치는 고민이 하나 있다. 바로 공차를 어떻게 줄 것인가 하는 문제다. 전통적으로 우리는 ±공차를 사용해서 형상을 통제해왔다. 하지만 최근 많은 분야에서 GD&T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기존 방식을 완전히 없애야 한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실제로 완전히 없앨 수도 없다. 다만 기존 방식이 얼마나 모호한지, 그리고 GD&T를 사용했을 때 얼마나 명확해지는지 이해했으면 한다. 왜냐하면 GD&T를 잘못 사용하는 것은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보다 더 나쁘기 때문이다.
자전거 타이어와 림을 예로 들어 이 차이를 살펴보자.
자전거 림의 기능적 요구사항
자전거를 타본 사람이라면 바퀴가 완벽하게 둥글지 않을 때의 불편함을 알 것이다. 림의 원주편차는 주행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림이 완벽하게 둥글지 않으면 진동이 발생하고, 이러한 진동에 의해 자전거 부품 수명이 단축될 수 있다.
자전거 업계에서는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해 특별한 용어를 사용한다. 바퀴의 둥근 정도 또는 회전 시 상하 이동량을 'radial trueness'라고 부른다. 이는 부드러운 주행을 위해 반드시 통제해야 할 편차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원주 편차를 1mm 이하로 통제하고 있다.
±공차의 한계
그렇다면 전통적인 ±공차로 이 원주편차를 1mm로 통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① 타이어
타이어는 탄성이 있는 고무 소재이고,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 타이어 제조사마다 다른 제조 공차
- 타이어 종류(로드, 산악용 등)에 따른 구조적 차이
- 공기압에 따른 형상 변화
- 온도에 따른 고무의 팽창/수축
이런 이유로 타이어의 공차는 상당히 느슨하다. 보통 ±2.5mm이다.
② 림
림은 타이어와 달리 탄성이 부족한 철이나 알루미늄 소재이기 때문에 림의 원주편차는 주행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림의 직경이 600mm라고 가정해보자. 전통적인 ±공차 방식에서는 이 직경에 대해 "600±??mm"와 같은 방식으로 공차를 정의한다. 원주편차 1mm를 보장하려면 공차를 극도로 타이트하게 줘야 한다. 왜냐하면 직경의 작은 변화도 원주 전체에 걸쳐 편차가 크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직경 공차를 ±0.3mm 정도로 해야 원주편차 1mm가 보장될 수 있다. 600mm에 ±0.3mm는 매우 까다로운 수준이다.
③ 핵심적인 문제 : 사이즈 vs 모양(둥글기)
여기서 ±공차의 근본적인 문제가 드러난다. 타이어와 조립되는 림의 사이즈는 타이어처럼 어느 정도 여유가 있어도 된다. 타이어의 다양한 요인에 의해 타이어의 공차가 느슨해도 림과의 조립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림의 모양(둥글기)은 주행성능을 위해 어느 지점에서든 1mm 이상 튀어나오거나 들어가면 안된다. 하지만 ±공차로는 이 둘을 분리하여 통제할 수 없다.
만약 림을 600±0.3mm로 설정하면 원주편차 통제는 어느 정도 가능하다. 하지만 사이즈 공차가 너무 타이트하다.
만약 림을 600±2.5mm로 설정하면 타이어와 조립되는 것을 감안하여 사이즈 공차가 어느 정도 합리적이 되었지만, 원주편차는 5mm까지 발생할 수 있게 된다.
±공차로는 사이즈 편차와 모양 편차를 분리하여 통제하지 못한다. 타이어와의 조립에 영향을 미치는 림의 사이즈와 주행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림의 모양을 같은 공차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림이 전체적으로 602mm로 균등하게 크다면 타이어 조립에만 영향을 주지만, 림의 한 부분만 2mm 튀어나와서 평균은 600mm라면 주행할 때 심한 진동이 발생할 것입니다. 하지만 ±공차로는 이 둘을 구별할 수 없다.
이것이 바로 GD&T가 필요한 이유이다. 사이즈는 사이즈대로, 모양은 모양대로 독립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면 이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GD&T의 해결책 : 원주흔들림공차
이런 상황에서 GD&T의 원주흔들림공차가 빛을 발한다. 원주흔들림공차는 특정 중심축을 기준으로 원주편차만을 통제한다. 이 경우 특정 중심축은 림 어셈블리의 중심축이 되며, 원주흔들림공차는 직경 사이즈가 아닌 원주편차만을 통제한다.
그러면 직경 사이즈는 어떻게 통제할까? 바로 별도의 사이즈 공차로 통제한다. 이렇게 되면 림의 직경 사이즈는 훨씬 더 많은 공차를 허용받을 수 있게 된다.
GD&T를 사용하면 단순히 더 많은 공차를 허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능적으로 중요한 곳에 집중할 수 있다. 공차가 정말 중요한 곳에 집중되면서 동시에 전체적인 공차량을 늘릴 수 있는 것이다. 이 사례에서는 사이즈 편차보다 원주 편차가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검사와 유지보수의 실용성
실제로 림은 제조 후에도 유지보수되거나 미세 조정될 수 있다. 이를 위해 '트루잉 스탠드'라는 장비를 사용한다. 흔들림공차는 바로 이 트루잉 스탠드에서 타이어의 중심축을 기준으로 검사한다. 인디케이터나 필러 게이지로 원주편차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흔들림공차가 검사를 위한 명확한 기준축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GD&T에서는 이를 데이텀 피쳐(Datum Feature)라고 부르며, 이 기준축을 통해 일관되고 재현 가능한 측정이 가능해진다. 사이즈는 별도로 검사하기 때문에 각각의 특성을 독립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GD&T에 대한 오해
이제 GD&T에 대한 몇 가지 오해를 바로 잡을 수 있다.
가장 자주 듣는 말 중 하나는 “GD&T를 사용하면 공차가 너무 엄격해지고 부품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는 것이다. 림의 사이즈와 모양에 대한 통제에서 보았듯이 림의 원주편차는 유지하면서 사이즈 공차를 확대할 수 있다. 이는 공차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확대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으로 자주 듣는 말은 “치수공차가 이해하기 더 쉽고 GD&T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방금 보았듯이, 치수공차로는 사이즈에 대한 요구사항과 모양에 대한 요구사항을 분리할 수 없다. GD&T는 사이즈 공차를 새롭게 바라보고 새로운 방식으로 공차를 정의할 수 있게 한다. 사실 GD&T와 같이 정의하지 않았더라도 실제 상황에서 부품은 이미 그렇게 검사되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중요하거나 대량 생산일 때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살펴본 자전거의 경우 타이어 트루잉은 사용자가 개별적으로 하는 일이며, 이는 대량 작업이 아니다.
GD&T가 주는 진짜 가치
이 사례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명확하다. 기존의 ±공차 방식은 기능적으로 중요한 특성과 덜 중요한 특성을 구분하지 못한다. 그 결과 때로는 불필요하게 엄격한 제약을 가하거나, 때로는 정작 중요한 부분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반면 GD&T는 제품의 실제 기능에 기반해서 공차를 배분할 수 있게 해준다. 원주편차라는 기능적으로 중요한 특성은 엄격히 통제하면서, 직경 크기에 대해서는 조립성을 고려한 합리적 공차를 허용할 수 있다. 또한 GD&T는 설계 의도를 더 명확하게 전달한다. 제조 현장에서도, 검사실에서도, 그리고 고객과의 소통에서도 모호함이 줄어들고 표준화된 방법론을 사용할 수 있다.
물론 GD&T가 만능은 아니다. 올바른 이해와 적용이 전제되어야 하며, 잘못 사용할 경우 오히려 더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제대로 이해하고 사용한다면, 더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설계가 가능해진다.
결국 GD&T는 단순한 표기법의 변화가 아니라, 제품의 기능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설계 철학의 전환이다. 자전거 림 하나의 작은 예시에서도 그 차이와 가치가 이렇게 명확하게 드러나는 만큼, 여러분의 설계에서도 한번 고려해보길 바란다.
'일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반 #13 설계-생산-품질과 고객이 싸우는 진짜 이유 (0) | 2025.08.26 |
---|---|
일반 #12 GD&T에 대한 10가지 오해와 진실 (1) | 2025.08.26 |
일반 #10 GD&T 표준의 역사 (1) | 2025.08.25 |
ASME Y14.5-2009 번역자료 보내드립니다. (4) | 2024.12.03 |
ASME Y14.5-2018 번역자료 보내드립니다. (10) | 2024.09.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