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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하공차 초급

초급 #13 자유도를 구속하는 이유

부품의 위치나 자세를 제대로 통제하려면, 자유도를 ‘구속’해야 한다. 즉, 부품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고정해야 한다. 이 구속은 GD&T의 핵심 원리 중 하나로, 부품이 올바르게 기능하고, 정확하게 측정되며, 설계 의도가 명확하게 전달되도록 보장하는 필수 과정이다.

왜 부품의 자유도를 ‘구속’해야 할까?

자유도를 구속해야 하는 이유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정확한 측정과 검사를 위해서다. 줄자로 책상 길이를 재려 할 때 줄자가 자꾸 움직이면 정확한 길이를 잴 수 없다. GD&T도 마찬가지다. 부품에 부여된 기하공차가 제대로 지켜졌는지 확인하려면, 부품이 측정 장비 위에서 흔들림 없이 정확히 고정되어 있어야 한다. 부품이 제멋대로 움직인다면, 측정할 때마다 다른 값이 나오고 그 결과는 무의미해진다. 자유도를 구속한다는 것은 측정 중 부품이 일관된 자세와 위치를 유지하도록 기준을 확립하는 것이다. 이는 삼각대로 카메라를 고정해 흔들림 없는 사진을 얻는 것과 같으며, 재현성과 반복성을 보장한다.

 

둘째, 기능과 조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대부분의 제품은 여러 부품이 조립되어 완성된다. 이들이 제 기능을 하려면 정확히 맞물려야 한다. 예를 들어, 피스톤이 실린더 안에서 정확히 위아래로 움직이지 않고 좌우로 흔들리거나 기울어진다면 고장이 날 수 있다. 자유도를 구속하는 것은 부품이 실제 조립 환경에서 어떻게 안착되고, 어떤 면이 중요하게 작용하는지를 도면에 명시하는 것이다. 데이텀은 부품이 조립될 때 가장 먼저 맞닿는 면이나 축이 된다. 이러한 구속을 통해 기능에 필요한 정렬이 가능해진다. 잘못 조립되면 간섭, 마모, 소음 등으로 제품 성능이 저하되거나 고장이 발생한다.

 

셋째, 설계 의도를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GD&T는 설계자, 생산자, 검사자 간의 공통 언어다. 설계자는 부품이 어떤 기능을 수행해야 하며, 어떤 정밀도로 제작되어야 하는지를 가장 잘 안다. 이 정보를 도면에 명확히 표현하지 않으면, 생산자는 가공 기준을 알 수 없고, 검사자는 합격 기준을 판단하지 못해 혼란이 생긴다. 자유도를 구속하는 것은 설계자가 의도한 바를 정확히 전달하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모든 관계자가 동일한 기준을 공유하며 오류와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모든 경우에 6자유도를 모두 구속해야 할까?

항상 6자유도를 모두 구속할 필요는 없다. GD&T의 핵심 원칙 중 하나는 ‘기능에 필요한 만큼만 공차를 부여하라’는 것이다. 즉, 기능 수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자유도만 구속하고 나머지는 열어두는 것이 효율적이다.

 

대부분의 경우, 위치공차나 윤곽공차처럼 부품의 자세와 위치를 통제하기 위해 DRF라는 개념이 도입된다.이 DRF 안에서 1차, 2차, 3차 데이텀 피쳐를 통해 자유도가 얼마나 구속되었는지 나타낼 수 있다.

 

예컨대, 다른 부품의 기준이 되는 베이스 플레이트, CNC 머신의 기준 부품, CMM 위에 고정되는 부품 등은 공간에서 완전히 고정되어야 하므로 6자유도를 전부 구속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모든 기하공차에서 6자유도를 구속할 필요는 없다. 일부 공차는 데이텀을 참조하지 않거나, 일부 자유도만 구속한다. 예를 들어, 진직공차, 평면공차, 진원공차, 원통공차와 같은 모양공차는 부품의 모양만 통제하며, 자세나 위치는 통제하지 않는다. 이들은 공중에 떠 있는 상태로 측정해도 된다. (물론 그럴 수는 없겠지만)

또한, 자세 공차인 평행공차나 직각공차는 보통 하나 또는 두 개의 데이텀 피쳐만 참조한다. 서피스의 평행이 중요한 경우 데이텀 피쳐는 하나만 참조하면 충분하다. 이처럼 기능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자유도는 구속할 필요가 없다.

결론

핵심은 ‘부품의 기능’이다. 기능을 만족시키기 위해 꼭 필요한 데이텀만 설정해야 한다. 과도한 데이텀 설정은 가공과 검사를 어렵게 하고, 비용을 증가시킨다. 불필요한 정밀도는 곧 불필요한 비용이다. 어떤 공차를 적용하고 어떤 데이텀을 사용할지는 항상 부품의 기능과 조립 관계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어떤 면이 가장 중요한 기준인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