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 #09 피쳐의 이해 2 : 서피스와 피쳐
기하공차는 피쳐를 통제한다. 따라서 먼저 피쳐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피쳐를 생각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부품의 서피스를 피쳐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피쳐는 서피스이며, 기하공차는 서피스를 통제한다.
아래 부품의 서피스는 모두 몇 개일까?
서피스는 이미 존재하는 것.
서피스는 부품을 구성하는 단위로, 부품이 존재하는 한 언제나 존재한다. 서피스는 기하공차로 통제하기 전에도 이미 존재한다. 서피스는 부품의 물리적 외형, 즉 부품에 존재하는 표면을 말한다. 부품을 설계하거나 부품을 제작하고 나면 서피스, 즉 부품의 “외형”은 저절로 생긴다. 설계자가 “이것은 서피스다”라고 지정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서피스는 부품이 생겨나는 동시에 자연스럽게 생긴다. 심지어 실제로 제작하기 전에도, 검사를 하기 전에도 서피스는 존재한다. 하지만 서피스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서피스 존재만으로는 알 수 없다. 단순히 “존재”하고 있는 서피스는 의미가 아직 없다.
위 부품의 서피스는 모두 12개이다. 하지만 서피스만 가지고서는 이 부품이 어떻게 쓰이는지 설명할 수 없다. 만약 설명한다고 해도 경험에 따라 예상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작은 홀이 6개가 있지만, 그냥 무게를 줄이기 위한 홀일지도 모를 일이다.
피쳐는 서피스에 의미가 부여된 것.
서피스는 단순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서피스는 부품의 외형으로 항상 이미 존재한다. 반면 피쳐는 서피스의 “본질”을 부여한다. 서피스가 먼저 존재하고 그 서피스에 의도와 목적이 부여되면 피쳐가 된다.
서피스는 표상이고, 피쳐는 의미이다. 서피스는 형상이고, 피쳐는 기능이다. 서피스는 껍데기이고, 피쳐는 역할이다. 서피스는 물리적 외형이고, 피쳐는 기능적 대상이다. 서피스는 눈에 보이는 형상이고, 피쳐는 의도가 반영된 기능이다. 서피스는 형상의 일부이고, 피쳐는 해석의 단위이다.
피쳐는 서피스의 의미를 정한다. “이 부분은 다른 부품과 맞닿는 서피스이다.” “이 부분은 나사가 조립되는 홀이다”라는 서피스의 의미는 기하공차로 표현한다. 이렇게 의미가 부여되면 서피스는 피쳐가 된다. 기하공차는 서피스가 어떤 목적이 있음을, 어떤 기능을 수행해야 함을 표현한다. 서피스가 어떤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 필요한 형태적 요건을 기하공차로 통제한다.
만약 서피스에 역할이 없다면 통제할 필요가 있을까? 역할이 없다면 통제할 필요도 없고, 통제할 수도 없다. 어떻게 통제해야 하는지 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어떤 물건의 형상이 있다면, 그 형상은 어떠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존재할 것이다. 따라서 그 존재의 이유를 기하공차로 소통한다.
부품이 제대로 쓰일 수 있게 하기 위해 기하공차로 통제한다. 원래 물건은 만들기 전에 목적(본질)이 정해져 있고, 그 목적을 위해 물건을 만든다. 어떻게 쓰겠다라는 목적이 먼저 있고 부품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부품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품이 제대로 쓰이는 것을 보장하지 못한다. 기하공차는 부품이 제대로 쓰일 수 있게 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부품이 제대로 쓰일 수 있게 하기 위해 피쳐를 기하공차로 통제한다. 그렇게 통제되었을 때 피쳐는 의도한 의미대로 사용될 수 있다. 의미를 소통하기 위해 기하공차를 사용한다.
‘의자’를 예로 이 개념을 이해해보자. 의자를 만들면, 의자의 외형은 저절로 생긴다. 아직 의자를 의자로 사용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알 수 없다. 의자의 외형(서피스)은 의자를 만듦과 동시에 생긴다. 하지만 앉을 수 있는 의자를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의자가 어떤 형태적 요건을 만족하지 않으면 의자는 의자가 아닐 수 있다. 의자의 앉는 면(특정 서피스)이 지면에 수직이거나 의자의 앉는 면이 없으면 외형(서피스)는 있지만, 앉는 기능(피쳐)는 없는 의자가 되어버린다. 결국 그 의자는 의자가 아닌 것이 된다. 따라서 어떤 외형이 존재하는 것과 필요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은 별개다.
부품의 서피스도 마찬가지이다. 겉보기에 목적한 대로 사용될 것으로 보여도 실제로 목적한 대로 사용될 수 없도록 부품이 만들어졌다면, 그 부품은 필요가 없다. 서피스는 설계 전에도 제작 전에도 검사 전에도 늘 존재한다. 그러한 서피스에 의미와 기능이 부여되어야 서피스는 존재의 이유가 있게 된다. 서피스는 ‘무엇’이냐 묻기 전에 이미 존재하는 것이고, 피쳐는 그 ‘무엇’에 어떤 기능을 있어야 하는가를 포함한다.
사실 이렇게 엄밀하게 피쳐와 서피스를 구분하지 않더라도 의사소통에는 무리가 없다. 왜냐하면 이미 마음속에서 그런 것이라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지불식간에 구분하여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간혹 구분하지 못하고 사용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듣는 사람은 알아서 구분하여 들을 것이다. 그래서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안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잘 구분하여 사용하면, 의사소통은 더 나아질 수도 있다. 심지어 필자도 피쳐와 서피스를 엄밀하게 구분하여 사용하지 않는다. 엄밀하게 “서피스 피쳐”라고 말해야 할 때 “서피스”라고 말하기도 한다. 서피스의 기하공차를 설명하고 있다면, 이미 대상인 피쳐를 말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서피스 피쳐” 대신에 “서피스”라고 간단히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용어의 모호한 사용은 이해를 가로 막는다. 모호한 용어를 잘못 사용하면 용어뿐만 아니라 체계 자체가 모호해지는 결과가 생긴다. 따라서 전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체를 구성하는 단위인 용어를 분명히 이해하고 정확하게 사용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도 모두가 올바른 용어를 사용할 때만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명확하게 아는 사람과 모호하게 아는 사람은 늘 공존할 수 밖에 없다. 모두가 명확하게 알도록 만들 수도 없다. 하지만 누군가 더 명확하게 알고, 더 명확하게 사용한다면, 더 모호하게 알고 더 모호하게 사용하던 사람도, 점점 더 명확하게 알고 점점 더 명확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더 나은 방향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의사소통은 "이것은 이것이다."라는 선언에서 끝나지 않는다. 의사소통은 "이것은 이것이다"라는 경험이 누적되어야 가능하다. 여기서 아무리 “서피스”와 “피쳐”의 차이를 떠들어댄다고 해도. 서피스와 피쳐 구분에 대한 경험이 없다면, 이 글을 읽을 수는 있겠지만, 이해는 되지 않을 수 있다. 부품의 형상을 눈으로 보는 것은 쉽지만, 부품의 의미를 이해하기는 어렵다.
“서피스”와 “피쳐”를 구분해서 이해해야 하는 이유는 서피스는 서피스 피쳐가 될 수도 있지만 사이즈 피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하공차는 서피스 피쳐를 통제하느냐 사이즈 피쳐를 통제하느냐에 따라 통제하는 요소가 달라진다. 이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서피스”와 “피쳐”를 구분하여 설명했다. 이제 가장 중요한 “서피스 피쳐”와 “사이즈 피쳐”를 이해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