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하공차 기초

기초 #09 피쳐의 이해 2 : 피쳐와 서피스

윤선임 2024. 11. 12. 19:18

기하공차는 형상을 통제한다. 그 통제 대상은 피쳐이다. 그런데 종종 피쳐와 서피스가 혼용된다. 이 둘의 차이를 명확히 이해해보자.


피쳐와 서피스는 같은가?

서피스는 부품 형상을 구성하는 단위로, 부품이 존재하는 한 언제나 존재한다. 부품의 형상은 평면, 곡면, 원통면 등으로 구성되며, 설계자가 "이것은 서피스다"라고 지정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반면, 피쳐는 기하공차의 대상이 되는 단위이다. 서피스가 피쳐가 될 수 있지만, 단순한 서피스를 넘어 그 서피스의 의미가 부여된 대상이다. 서피스 자체가 피쳐가 될 수도 있지만, 서피스 일부가 피쳐가 될 수도 있고, 서피스의 특정요소가 피쳐가 될 수도 있다.

 

서피스는 표상이고, 피쳐는 의미이다.

 

서피스는 형상이고, 피쳐는 기능이다. 서피스는 껍데기이고, 피쳐는 역할이다. 서피스는 물리적 외형이고, 피쳐는 기능적 대상이다. 서피스는 눈에 보이는 형상이고, 피쳐는 의도가 반영된 기능이다. 서피스는 형상의 일부이고, 피쳐는 해석의 단위이다.

 

설계를 마치면 서피스는 이미 존재한다. 기하공차는 서피스가 아닌 피쳐를 규제하고 피쳐를 통제한다. 기하공차는 피쳐의 의미를 규정하여 피쳐의 표상을 통제한다. 피쳐와 서피스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피쳐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기하공차를 정확히 해석하고 적용하려면, 피쳐를 올바르게 이해해야 한다.

1) 피쳐의 유형

사이즈 피쳐인가? 서피스 피쳐인가?

피쳐가 어떤 유형인지 분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어떤 종류의 기하공차로 규제할지 정할 수 있다.

2) 피쳐의 시작과 끝

피쳐의 시작은 어디고? 끝은 어디인가?

피쳐의 시작과 끝이 어디인지 아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피쳐에 의해 공차영역이 정의되기 때문이다. 만약 피쳐가 끝나는 곳과 다른 피쳐가 시작하는 곳을 알 수 없다면, 공차영역이 어디서 끝나고 어디서 새로 시작하는지 불분명해진다.

3) 피쳐의 구성성분

피쳐의 점이 의미가 있는가? 선이 의미가 있는가? 면이 의미가 있는가?

피쳐의 구성성분 중 무엇이 의미 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그 성분을 통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의미있는 성분을 알 수 없다면, 어떤 성분을 통제해야 하는지 정할 수 없다.

4) 피쳐의 조합

하나의 피쳐가 단일피쳐로 의미가 있는가?

여러 개의 피쳐가 패턴피쳐로 의미가 있는가?

분리된 피쳐로 보이지만 연속된 피쳐로 의미가 있는가?

서피스들이 분리되어 보일 때도 의미가 있다면, 서피스들을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패턴으로 묶어서 통제할 수도 있고, 연속피쳐로 연결해서 통제할 수도 있다.


사실 이렇게 엄밀하게 피쳐와 서피스를 구분하지 않더라도 의사소통에는 무리가 없다. 왜냐하면 이미 마음속에서 그런 것이라고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지불식간에 구분하여 사용하기도 할 것이다. 간혹 구분하지 못하고 사용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하더라도 듣는 사람은 알아서 구분하여 들을 것이다. 그래서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안된다. 잘 구분하여 사용하면, 더 나은 의사소통이 될 수는 있겠지만.

 

모두 올바른 용어를 사용할 때만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항상 명확하게 아는 사람과 모호하게 아는 사람이 공존할 것이다. 모두를 명확하게 알도록 만들 수는 없다. 하지만 누군가 더 명확하게 알고, 더 명확하게 사용한다면, 더 모호하게 알고 더 모호하게 사용하던 사람도, 점점 더 명확하게 알고 점점 더 명확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의사소통은 "이것은 이것이다."라는 선언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의사소통은 "이것은 이것이다"라는 경험이 누적되어야 가능하다. 여기서 아무리 피쳐와 서피스의 차이를 떠들어댄다고 해도. 피쳐와 서피스 구분에 대한 경험이 없다면, 이 글을 읽을 수는 있지만, 이해하기 어려울 지도 모른다. 부품의 형상을 눈으로 보는 것은 쉽지만, 부품의 의미를 이해하기는 어렵다. 

 

용어의 모호한 사용은 이해를 가로 막는다. 잘못된 용어가 잘못된 체계에 사용되면서 용어뿐만 아니라 체계 자체가 모호해지는 결과가 생긴다. 따라서 전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체를 구성하는 단위인 용어를 분명히 이해하고 정확하게 사용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